고령사회 인프라 붕괴 경고, 응급실 뺑뺑이와 장례 대란의 진짜 원인

사회적 지원부터 장례까지
사회적 지원부터 장례까지

병원도, 장례식장도 왜 이렇게 기다려야 할까요

119 구급차를 타고 병원을 전전하다 치료를 받지 못했다는 뉴스, 한두 번 본 이야기가 아닙니다. 막상 가족이 그 상황에 놓이면 뉴스 속 장면이 아니라 현실이 됩니다. 저도 가까운 지인이 응급실에서 몇 시간을 대기하다 결국 다른 병원으로 이동했던 경험이 있어 남 일처럼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문제는 이런 일이 의료 현장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최근에는 화장장을 구하지 못해 장례 일정이 늘어나는 이른바 장례 대란까지 반복되고 있습니다. 살아 있을 때도, 마지막 순간에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계속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답은 의외로 단순합니다. 고령사회로 접어들었지만 이를 감당할 인프라는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서울에는 미리 준비한 사례가 있습니다. 그 이야기를 차근차근 살펴보겠습니다.


응급실 뺑뺑이의 본질, 의사 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응급실 뺑뺑이를 두고 흔히 의사 수 부족을 원인으로 꼽습니다. 물론 의료 인력 문제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현장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핵심은 조금 다릅니다. 응급실에서 1차 처치는 가능해도 이후 수술이나 입원, 전담 진료로 이어질 공간과 인력이 부족한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소아 응급이나 고령 환자의 경우 전담 병동과 전문 인력이 함께 필요합니다. 이 중 하나라도 비어 있으면 응급실은 환자를 받을 수 없는 구조입니다. 결국 환자는 병원을 옮겨 다니게 되고, 골든타임은 흘러갑니다.

이 구조를 저는 직접 체감한 적이 있습니다. 보호자로서 응급실에 함께 있었는데, 의사는 있었지만 병상이 없다는 이유로 대기만 이어졌습니다. 그때 느꼈습니다. 문제는 사람 한두 명이 아니라 시스템이라는 것을요.

이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 문제는 의료를 넘어 다른 영역에서도 똑같이 나타납니다. 바로 장례 인프라입니다.


장례 대란, 고령사회가 보내는 또 다른 경고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서울에서는 해마다 5만 명 이상이 사망하고 있으며, 2024년에는 약 5만 9천 명에 달했습니다. 장례 문화도 빠르게 바뀌었습니다. 2016년 화장률이 50%를 넘은 뒤 현재는 90%에 육박합니다.

문제는 수요가 이렇게 늘었는데도 화장장은 여전히 대표적인 기피시설이라는 점입니다. 시설 확충은 쉽지 않았고, 코로나19 유행 시기에는 화장 순번을 기다리느라 4일장, 5일장이 이어졌습니다. 서울에서 강원도나 충청도로 이동해 화장을 치르는 원정 화장 사례도 적지 않았습니다.

이런 상황을 지켜보며 개인적으로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마지막 인사조차 일정에 쫓겨야 한다는 사실이 너무 가혹하게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서울은 비교적 빠르게 안정을 찾았습니다. 그 배경에는 서울추모공원이 있습니다.


서울추모공원 확충, 갈등을 넘어선 도시의 선택

서울에는 두 곳의 시립 화장장이 있습니다. 오랜 기간 운영된 서울시립승화원과 2012년 문을 연 서울추모공원입니다. 특히 서울추모공원은 서초구 원지동이라는 도심 인접 지역에 들어서며 큰 반발을 겪었습니다.

당시 주민 반대는 극심했습니다. 관할 구청장이 삭발 시위까지 할 정도였으니 갈등의 깊이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서울시는 여기서 밀어붙이기 대신 설계로 답을 내놓았습니다. 화장로와 유족 대기실, 주차장을 모두 지하화하고 지상에는 공원과 산책로를 조성했습니다.

여기에 고성능 제연 설비와 필터를 도입해 냄새와 오염물질 문제를 원천 차단했습니다. 단순한 장례 시설이 아니라 시민이 머무를 수 있는 공간으로 인식을 바꾼 셈입니다. 개인적으로 처음 방문했을 때 일반 공원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인상이 강하게 남았습니다.

또 하나 중요한 포인트는 인센티브였습니다. 개발제한구역 해제와 지역 개선 효과를 함께 제시하며 주민 설득에 나섰습니다. 이 사례는 고령사회 인프라가 어떻게 사회적 합의를 거쳐야 하는지를 보여줍니다.


15년 전 준비가 만든 현재, 화장로 증설의 의미

서울시는 2008년 서울추모공원 설계 단계에서 확장 가능한 유휴 부지를 미리 확보해 두었습니다. 당장 필요하지 않아 보였던 이 선택은 15년 뒤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2025년 기준 서울추모공원의 화장로는 기존 11기에서 15기로 늘어났고, 하루 처리 건수도 최대 59건에서 85건으로 확대되었습니다. 숫자만 보면 단순한 증가처럼 보이지만, 실제 의미는 다릅니다.

하루 평균 26가구가 장례 일정 지연 없이 3일장을 치를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한 가족의 마지막 시간이 덜 흔들리게 되었다는 뜻입니다. 이 부분을 읽으며 인프라는 결국 숫자가 아니라 사람의 시간을 지켜주는 장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서울시립승화원도 노후 화장로를 스마트 화장로로 교체하며 처리 속도를 높이고 있습니다. 보이지 않는 준비가 도시의 품격을 만든 사례입니다.


다음은 치매 돌봄, 또 다른 님비가 될 수 있습니다

고령사회 인프라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치매 돌봄 시설 역시 장례 시설과 비슷한 길을 걷고 있습니다. 서울시 추정 치매 환자 수는 이미 15만 명을 넘어섰고, 65세 이상 인구의 약 8.84%가 치매를 앓고 있습니다.

베이비부머 세대가 75세 이상 후기 고령층에 진입하면 이 수치는 더 빠르게 늘어날 가능성이 큽니다. 하지만 요양시설이나 치매 전담 시설을 두고 지역 반발이 나타나는 것도 현실입니다.

서울시는 비교적 이른 시기인 2006년에 서울시광역치매센터를 개소하며 대응에 나섰습니다. 예방, 조기 진단, 가족 지원까지 포함한 구조를 만든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화장장처럼 사후 대응이 아니라 사전 준비라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치매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누구나 겪을 수 있는 노화 과정의 일부입니다. 이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면 돌봄 대란은 장례 대란과 같은 길을 걸을 수밖에 없습니다.


결론 | 고령사회, 인프라는 미리 준비한 도시의 몫입니다

응급실 뺑뺑이와 장례 대란은 별개의 문제가 아닙니다. 고령사회 인프라가 준비되지 않았을 때 나타나는 동일한 경고입니다. 서울추모공원 사례는 갈등을 피하지 않고 설계와 합의로 풀어낸 도시의 선택을 보여줍니다.

개인적으로 이 글을 정리하며 느낀 점은 하나입니다. 인프라는 당장 눈에 보이는 효율보다 미래의 존엄을 지키는 투자라는 사실입니다. 지금의 준비가 10년 뒤 나와 가족의 시간을 지켜줄 수 있습니다.

주민으로서, 시민으로서 이런 정책에 관심을 갖고 목소리를 내는 것도 중요합니다. 준비된 도시는 우연히 만들어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응급실 뺑뺑이는 왜 계속 반복되나요

응급실 자체보다 이후 입원과 수술을 담당할 병상과 인력이 부족한 구조적 문제 때문입니다. 단기 인력 확충만으로는 해결이 어렵습니다.

서울은 장례 대란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편인가요

서울추모공원 확충과 화장로 증설 덕분에 수도권 내에서는 비교적 안정적인 편입니다. 다만 고령화 속도를 고려하면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합니다.

치매 돌봄 시설도 화장장처럼 갈등이 생길까요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래서 서울시처럼 사전에 인프라를 준비하고 지역 사회와 합의를 만드는 과정이 중요합니다.